반응형 전체 글228 《알파》|감염보다 먼저 퍼지는 소문, 줄리아 뒤쿠르노의 새 영화가 묻는 것 몸을 석고처럼 굳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퍼지는 도시. 열세 살 소녀 알파는 파티에서 팔에 ‘A’자 문신을 새긴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의사인 엄마는 딸이 감염됐을까 두려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학교에는 소문이 퍼집니다. 9월 30일 국내 개봉한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알파》는 이 출발점만으로도 불편한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아직 감염됐는지조차 모르는데, 사람들은 왜 먼저 그 아이를 다른 존재로 보기 시작할까요?감염을 다룬 영화라면 보통 병이 얼마나 빨리 퍼지고 어떻게 막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알파》의 공식 소개에서 더 눈에 걸리는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2주입니다. 그 시간은 의학적으로는 확인을 위한 기간이지만, 학교와 가족에게는 불안이 해석을 대신하는 기간입니다. 알파의 몸에서 무엇이 발견.. 2026. 10. 5. 《라라랜드》 음악은 왜 끝난 사랑을 아름답게 남길까|City of Stars와 마지막 피아노 《라라랜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노란 드레스인지, 밤하늘인지, 피아노 소리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그런데 어느 장면에서 출발하든 결국 음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데이미언 셔젤의 영화에서 노래는 감정을 예쁘게 덧칠하는 배경이 아닙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미래를 잠깐 살아보게 하고, 끝내 그 미래를 접어 두는 방식입니다.영화는 처음부터 현실의 교통 체증을 노래와 춤으로 뒤집습니다. 도로 위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멈춰 있지만, 음악이 시작되는 동안만큼은 한 공간에서 움직입니다. 이 장면은 ‘꿈을 좇으면 모두 성공한다’는 약속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답답한 현실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몇 분간의 합창이 더 눈부십니다. 《라라랜드》의 음악은 현.. 2026. 10. 5. 《패스트 라이브즈》|다시 만난 사람보다 살지 않은 삶이 더 아픈 이유 오래전 좋아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면, 우리는 그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닙니다. 그때의 나도 함께 만납니다.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가 오래 남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헤어진 나영과 해성이 세월을 건너 뉴욕에서 재회한다는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그러나 영화가 들여다보는 것은 두 사람이 다시 사랑할 수 있느냐는 질문보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한 뒤에도 마음속에 남는 삶의 모습입니다.나영은 미국으로 이주해 노라가 됐습니다. 이름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이 영화에서 단순한 소개가 아닙니다. 같은 사람인데 어떤 이름으로 불릴 때는 한국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다른 이름으로 불릴 때는 뉴욕에서 자신의 일을 해온 어른이 먼저 떠오릅니다. 해성은 노라가 버리고 온 고향의 상징으로만 존재하지.. 2026. 10. 5. 어벤져스: 엔드게임 앙코르|결말을 아는데도 극장으로 돌아가는 이유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이야기를 이미 아는 관객은 많다. 그런데도 앙코르 상영은 다시 극장으로 향할 이유를 만든다.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 앙코르》를 볼 때 중요한 질문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보다 ‘왜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을까’에 가깝다. 아는 장면을 기다리는 시간 처음 볼 때는 방대한 사건과 인물을 따라가는 데 바쁘다. 다시 보면 장면의 앞뒤가 달라 보인다. 한 인물이 망설이는 짧은 시간, 다른 인물이 건네는 시선, 음악이 시작되기 직전의 조용함이 더 선명해진다. 재관람의 재미는 뜻밖의 결말을 알아내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어떤 장면이 오는지 알기에 그 전에 쌓이는 표정과 음악, 짧은 침묵까지 따라갈 여유가 생긴다. 극장에서 함께 보는 기억 집에서 다시 보는 영화와 극장에서 다시 보는 영.. 2026. 10. 4. 옵세션|사랑을 이루는 소원이 공포가 되는 순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소원을 빌겠는가. 커리 바커 감독의 《옵세션》은 베어가 신비한 ‘원 위시 윌로’에 소원을 빌고 바라던 결과를 얻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공포는 소원이 실패해서 찾아오지 않는다. 이루어진 뒤에 드러난다. 원하는 마음과 상대의 마음 사이 짝사랑 이야기의 관객은 흔히 두 사람이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옵세션》의 설정은 그 익숙한 기대를 뒤집는다. 상대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감정이 만들어졌다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베어가 얻은 것은 니키와의 관계일까, 자신이 상상한 관계의 모양일까.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다는 감정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사람이 무엇을 느낄지까지 정하려는 순간, 관계는 상대와 함께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혼자 소유하려는 것이 된다. .. 2026. 10. 4. 디거|세상을 구하겠다는 톰 크루즈를 믿을 수 있을까 톰 크루즈가 세상을 구하겠다고 나선다. 익숙한 출발처럼 들리지만 《디거》의 공식 설정에는 한 가지가 더 붙는다. 그가 막으려는 재앙을 자신이 일으켰다는 것이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이 영화는 구원자라는 말에 처음부터 물음표를 단다. 영웅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의심톰 크루즈의 영화 속 인물은 흔히 불가능한 일을 행동으로 돌파한다. 관객은 그가 얼마나 어려운 임무를 완수할지 기다린다. 그러나 《디거》에서는 능력보다 동기를 먼저 묻게 된다. 정말 세상을 구하려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고 구원자라는 이름을 얻고 싶은 걸까.위기를 만든 사람과 해결하겠다는 사람이 같다면, 성공 여부만으로 그를 영웅이라 부를 수 있을까. 구원이라는 말은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과 자기 홍보를 시작하는 순간 사.. 2026. 10. 4. 부활남: 더 레드|다시 살아나는 능력은 누구의 것인가 취업 준비생 석환에게 생긴 능력은 죽은 뒤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히어로 영화라면 강력한 능력을 얻은 순간을 승리의 시작처럼 보여주기 쉽다. 《부활남: 더 레드》는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이 추격당하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구교환이 석환을, 신승호가 그를 쫓는 블랙을 연기한다.부활은 무적의 다른 이름일까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설정은 액션의 규칙을 바꾼다. 한 번 쓰러졌다고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몸이 회복된다고 두려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석환이 겪는 위험은 누가 그를 죽일 수 있느냐에만 있지 않다. 누가 그의 능력을 알아내고 이용하려 하는지도 중요하다.석환은 죽음에서 돌아올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평범하게 살 선택지는 줄어든다. 강한 능력이 곧 자유를 뜻하지 않는다는 역설.. 2026. 10. 4.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귀여운 여행이 불안해지는 이유 치이카와와 친구들이 섬으로 향한다. 간단한 일을 하면 평소보다 훨씬 큰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초대다. 달콤한 제안이지만, 조건이 지나치게 좋을 때는 이유부터 궁금해진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그 작은 의심을 모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귀여운 캐릭터가 사는 만만치 않은 세계치이카와의 매력은 작고 둥근 얼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친구들은 일을 하고 보상을 기대하며, 때로 위험한 상황을 마주한다. 익숙한 일상과 예상 밖의 불안이 한 화면에 놓이기에 작은 선택도 중요하게 느껴진다.이번에는 치이카와와 친구들이 특별한 섬으로 초대된다. 들뜬 마음으로 떠나는 친구들과 초대장을 수상하게 여기는 시선이 함께 등장한다. 같은 풍경을 보고도 누군가는 여행을, 누군가는 경고를 읽는다. 그 차이가 이야기의 .. 2026. 10. 4.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왜 20년 시리즈의 마지막이어야 할까|타짜가 세대를 바꿔 살아남은 법 2006년 《타짜》가 개봉했을 때 관객이 기억한 것은 화투만이 아니었습니다. 돈이 오가는 테이블, 상대의 표정을 읽는 눈, 욕망을 숨기는 말투, 그리고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뒤집히는 순간이 남았습니다.20년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장을 예고한 《타짜: 벨제붑의 노래》 포스터.이후 시리즈는 주인공과 게임, 시대를 바꾸며 계속 이어졌습니다. 2026년 9월 23일 개봉한 최국희 감독의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20년 동안 이어진 영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소개됐습니다.개봉 직후에는 《암살자(들)》와 함께 추석 극장가의 2강 구도를 만들었고, 관객 평도 빠르게 모였습니다. 그런데 왜 타짜는 세대가 바뀌어도 계속 돌아왔을까요? 타짜의 진짜 게임은 카드가 아니라 사람이다 도박 영화의 규칙을 모두 이해할 필.. 2026. 9. 29. 이전 1 2 3 4 ··· 26 다음 반응형